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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유랑하다6

오르막길. 당신에게 오르막길은 절망입니까 희망입니까? 1년이 채 안되는 세계여행 이후 가장 많이 바뀐 게 뭐냐는 질문이 많습니다. 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거든요. 27개국을 여행하고 와서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바뀌었다면 바뀐것이고 평소 움직이는 걸 즐기지 않던 제가, 한강으로 혼자 산책도 나가고 가끔은 나이키런을 켜고 조깅을 한다는 것. 그 정도? 제 요즘 기쁨은 퇴근한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일상 이야기부터 혼자 되뇌었던 생각들을 이야기 보따리 풀듯 쫑알쫑알 이야기 하죠. 저는 '듣는'재능보다는 아무래도 '말하는'재능에 타고났나 봅니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 아내의 리액션이 많이 줄어들었다 싶어 옆을 쳐다보면 어느새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이죠. 오늘은 아내가 한참을 .. 2020. 4. 21.
사이판 렉싱턴 호텔에서 엄마와의 추억2 3박 4일이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 켄싱턴 호텔이 워낙 즐길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다보니 굳이 사이판 여행을 다닐 필요성을 못느꼈다. 그런데 이틀 정도 호텔에서만 지내다 보니 답답하더라. 부모님도 리조트를 산책하는 것 이외에는 별 흥미를 못느끼시는 것 같았다. 물론 진미를 매끼 먹는 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아내가 사이판 명소 투어를 신청했다. 1인당 3만원 정도였다. 차량과 가이드가 동반되는 투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청 만족스러웠다. 가이드께서 사이판 곳곳을 다니며 설명을 깔끔하게 진행해주셨고 바람은 세찼지만 사이판의 바다 경치를 높은 곳에서 보면서 엄마는 감탄을 하셨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3시간이 채 안되는 투어였지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숙소 컨디션에 대해 말하자면 5성급의 규.. 2020. 4. 21.
세계여행은 소비의 왕이었던 나를 건강한 짠돌이로 만들었다.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가장 크게 바뀐점 중 하나는 내가 엄청나게 절약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가기 전, 그것보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서 총각이었던 나는 자칭 타칭 소비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었다. 얼리어답터의 성향을 갖고 있고 절약이라는 개념이 부족했다. 당연히 월급은 통장을 스치는 숫자에 불과했다. 내게는 카드가 전지전능했으며 그렇게 손에 얻은 물자는 마음을 참으로 풍족하게 만들었다. 결혼후 경제권을 아내가 갖게 되면서 그 전보다는 풍족하게 돈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다달이 제공되는 용돈으로 나름 이런저런 것들을 소유할 수 있었다. 세계여행에서는 내 돈은 없었다. 돈이 없다기 보다는 아내와 24시간을 붙어 다니니 뭘 자유롭게 살 수 없었다. 그리고 사고싶은 것들도 사실 크게 없었다.. 2020. 4. 4.
세계 여행, 이것만은 꼭 준비해가세요! 1편 세계여행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있다. 그 준비물들은 현지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을 어디에서 파는지, 얼마에 파는지,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품질이 어떤지 모든 미지수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사가기로 했다. 9개월의 여행 후, 나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적어보려 한다. 1. 다이소 에어 목베개 다이소 목베개는 필요할때 입바람을 후 불어넣으면 부풀고 사용 후에는 마개를 손으로 지긋이 눌러 공기를 빼고 가방에 보관한다. 가격은 2천원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행기, 차량, 기차 등 모든 곳에서 유용하다. 바람을 넣고 빼는 제품이라 부피를 그리 많이 차지하지도 않는다. 여행 중간에 빵꾸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여행 .. 2020. 4. 3.
서른셋. 엄마와 첫 해외여행은 마음이 간지러웠다. (1편) 아내와 나의 9개월의 세계여행은 2020년 1월 31일 끝났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 아내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여보, 여행 끝나고 도련님 결혼식(2월 8일) 끝나면 어머님 아버님 모시고 여행 한번 갔다오는게 어떨까?" 이미 많은 돈을 썼고 우리집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는 걸 빤히 알고 있던 터라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참고로 우리집 돈은 아내가 관리를 한다. 9개월의 세계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알뜰한 살림 덕분이었는데 여행이 끝날 무렵의 아내 제안은 마음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나는 어떤 돈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갈 심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결혼할때 아내에게 명품가방 하나 사라고 준 돈. 그 돈이었다. 여행끝나면 꼭 가방 사겠다고 말하던 아내였다. 그런데 그 돈으로 부모.. 2020. 3. 30.
9달을 유랑하던 세계여행에서 한국을 떠올리게 되는 것 한국이 그립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고작 9개월. 하지만 당산에 위치한 소중한 나의 집에서 발길을 한걸음 떼었을 뿐인데 나는 뭔가 허전했다.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보일러 버튼만 한번 톡하고 누르면 온수가 펄펄 나오는 우리집을 떠올렸고 압력밥솥에 그득히 머리를 총총히 내밀고 있는 잘익은 쌀알들을 떠올렸다. 그래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승무원이 전자렌지에 돌려준 햇반은 맛있었다. 볼리비아 팜파스 아마존 투어를 갔을 때 수초마다 달라붙은 수백마리의 모기떼에 물어뜯기며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나의 침실을 떠올렸다. 페루의 도로를 가득 메운 도로들을 보면서 한국의 깨끗한 거리를 생각했다. 나는 참 한국, 우리나라를 못나게 보고 있었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유럽의 그 대단하다는 선진.. 2020.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