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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유랑하다

9달을 유랑하던 세계여행에서 한국을 떠올리게 되는 것

by 생활리뷰 싹피디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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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고 산본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다.

한국이 그립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고작 9개월.

하지만 당산에 위치한 소중한 나의 집에서 발길을 한걸음 떼었을 뿐인데 나는 뭔가 허전했다.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보일러 버튼만 한번 톡하고 누르면 온수가 펄펄 나오는 우리집을 떠올렸고

압력밥솥에 그득히 머리를 총총히 내밀고 있는 잘익은 쌀알들을 떠올렸다. 그래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승무원이 전자렌지에 돌려준 햇반은 맛있었다. 

볼리비아 팜파스 아마존 투어를 갔을 때 수초마다 달라붙은 수백마리의 모기떼에 물어뜯기며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나의 침실을 떠올렸다. 페루의 도로를 가득 메운 도로들을 보면서 한국의 깨끗한 거리를 생각했다. 

 

나는 참 한국, 우리나라를 못나게 보고 있었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유럽의 그 대단하다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하고 견주어도 오히려 멋진 구석이 많다.

24시간 편의점은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구비해놓고 있고 쓰레기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은 안내부터 배차간격까지 완벽하다. 그리고 치안!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 지금은 없지 않은가. 여행 내내 가방을 앞에 둘러매고 주변을 살피며 관광하던 나의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물가가 비싸니 어쩌니 하지만 한국 물가는 살인적이지 않다. 원하는 재료를 싸고 쉽게 살 방편이 수두룩하다. 이마트보다 저렴한 재래시장도 있고 비싼 외식도 많지만 저렴한 외식도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루 갖춘 유럽이나 남미보다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금수강산을 온몸에 두른 곳이 우리나라이다. 여행할 곳이 없다고 하는 분들께 여쭈고 싶다. 우리나라 어디를 얼마나 다녀보셨냐고. 우리나라 관광지는 입장료도 저렴하다. 해외에서 만원~이만원 내고 관광지 입장하다 우리나라에서 이천원 삼천원을 내보니 알겠더라. 이렇게 저렴하게 받고도 깨끗하게 관리하는 모습이 우리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또 인터넷 속도를 빠뜨릴 순 없지. 북유럽 포함 어디를 가던 우리나라 인터넷보다 빠르지 않다. 북유럽? 우리나라한테 쨉도 안된다. 다운로드 속도는 한국이 1등이다. 보편적인 평균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속도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인천공항 들어오자마자 빵하고 터지는 인터넷에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IT강국임이 확실하다.

 

이쯤하면 국뽕이 살살 차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표면장력을 간당간당하게 넘어 흘러 넘칠 정도다. 

 

걸레짝이 되어버린 배낭커버. 여행 고수의 느낌이 폴폴 풍기지 않는가? 

 

나는 지금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우리나라가 참 멋지다. 물론 여행 후 취업이 문제긴 한데...이것도 잘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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