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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리뷰

동서 맥심 커피믹스가 전부인 줄 알았던 내가 모카포트 커피에 흠뻑 빠지다

by 생활리뷰 싹피디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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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모카포트와 2캔째 마시는 일리 모카포트용 커피

결혼 선물로 한 신부님께서 선물로 모카포트라는 것을 선물해주셨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동서 맥심골드가 최고라고 생각하던 나였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집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수 없지는 않은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침에는 모카포트를 이용해서

꼭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출근을 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 가정에는 다른 것은 없어도 저 모카포트는 유구한 세월을 자랑하며

주방 어딘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풍문으로 들었다.

 

나의 커피 사랑은 군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진득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헌병대 수사과 계원이었던 나는 전역할 때까지 어림잡아 1000잔 이상의 커피믹스를 끓여야 했다.

사무실 운영비가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수사과 어르신들은 60세가 넘으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커피믹스는 떨어질 날은 없었다. 커피믹스 통이 비어있는 날에는 큰 호통을 들을 준비를 해야 했다.

나 역시 수많은 커피를 끓여내며 눈치껏 내 커피도 같이 끓였다.

 

호로록. 호로록. 종이컵에 입술을 몇 번 가져다 대면 금방 바닥을 드러내던 맥심 커피.

진득하게 설탕이 녹아 달달하고 구수한 그 맛을 나는 지금도 좋아한다.

맥심에 인이 박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내게 모카포트라는 이상한 기계가 생긴 것이다.

같이 선물로 준 커피가루는 일리(illy)사에서 제조된 것인데 

커피가 밀봉된 캔을 여는 순간(동원 참치처럼 여는 방식이다.) 김이 푸슉~ 하며 빠졌다.

아... 공기와 함께 퍼지는 커피 향이란...

나는 새로운 신문물에 눈을 뜨게 되었다. 

 

보일러 역할을 하는 아랫 통에 물을 채우고 커피가루를 담는 곳에 티스푼으로 커피를 조심히 담는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커피를 꼭 눌러 담지 않는다.

커피가루를 소복하게 쌓고 표면을 평평하게 깎을 뿐이다.

본체 윗부분을 아구를 잘 맞춰 끼우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결합 완료.

 

모카포트용 사발이가 없기에 멸치를 구워 먹던 철망에 커피포트를 올린다.

불은 약불로 은근히 지져야 제맛이 난다.

 

이제부터는 인내의 시간이다. 3분이면 족한 그 시간을 나는 왜 재촉하는가.

똥구멍이 조였다 풀어지며 시간을 눈으로, 불꽃으로 잰다. 

피휵~ 거리며 작은 구멍에서 흑갈색 커피가 콸콸콸 쏟아진다.

작은 허연 김이 펄럭거리며 모카포트 주둥이를 간지럽힌다. 

커피의 구수하고 살짝 탄 내음이 주방을 메우기 시작한다. 

황갈색 크레마가 보글거리며 새어 나올 때! 그때가 불을 끌 타이밍이다. 

이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시간을 더 끌면 탄 맛을 즐겨야 하고 불을 빨리 끄면 커피의 풍미가 적다.

 

커피를 내리는 숭고한 일. 아니다. 이건 일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다.

 

잽싸게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덥힌다. 이때 꼭 정수된 물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수돗물은 커피물에 적합하지 않다.

예쁜 잔을 준비하고 모카포트에서 막 탄생한 커피 진액(나는 이것을 꼭 진액이라고 부르고 싶다)을 붓는다.

양은 많지 않다. 소주잔 한잔 반 정도가 옹골차게 들어있는 셈이다. 

전기포트에서 물이 발발거리면서 끓으면 준비해두었던 커피 진액 위로 그 다섯 배 정도 되는 물을 부어낸다.

그러면 한 잔의 멋진 아메리카노가 완성된다.

 

많으면 하루에 두 번. 나는 커피를 내린다.

구글 홈 미니를 불러 클래식을 틀고 천천히, 아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모카포트를 다룬다.

 

커피의 맛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 어떤 바리스타도 이 맛을 흉내 낼 수 없다.

 

캡슐커피와 전자동 커피머신이 주류를 이루는 가정에

이 모카포트 하나쯤은 장식용이라도 구비 해두길 권장하고 싶다.

가끔은... 긴 해가 너울거리며 거실 유리창을 넘어 마루를 간질거릴 때,

그때 이 모카포트의 커피가 그리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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